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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오해가 큰 불행이 될 수 있다.
40대 전업 주부 이영자씨는 저녁을 먹고 TV를 보고 있는데 느닷없이 여고동창한테
전화가 걸려 왔다.
“영자야, 네 남편 있잖니? 조금 전 어떤 날씬한 아가씨와 호텔로 들어가더라.
내가 보기엔 보통 사이가 아니야. 스스럼없이 팔짱까지 끼고 말이야.“
너무나 충격적인 말이었다.
우리 남편이 확실히 맞느냐고 되물었다.
“그래 내 두 눈으로 똑바로 봤어.
오늘 네 남편 빨간 넥타이 매고 나갔지? 양복은 짙은 밤색이고 그리고.........”
친구가 봤다는 옷차림은 틀림없이 남편이 맞는다.
게다가 친구는 충고까지 한마디 덧붙인다.
“하여튼 넌 너무 순진한 게 탈이야, 이 바보야 네 남편 잘 감시해!
나중에 뒷통수 맞지 말고.......”라며 전화를 끊는 것이었다.
영자는 갑자기 피가 꺼꾸로 솟는듯 숨이 턱 막히고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이런 이중인격자! 나쁜놈, 날 속이고 젊은 여자와 바람을 피워.....”
남의 일로만 알았던 남편의 바람...... 이게 나한테 현실로 다가 올 줄이야.
남편의 배신을 알게된 순간, 나의 인생 내 삶의 가치와 의미, 희망......
모든게 절망으로 바뀌고 말았다.
분노와 흥분을 가라 앉히려 했으나 그럴 수록 배신감에 치가 떨리고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이때 학원에서 돌아온 딸이
“엄마, 배고파 밥줘.”
딸이고 밥이고 아무것도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았다.
“그 놈의 밥, 한끼라도 굶으면 죽니? 네가 차려 먹던지 말던지 해!”
그날 저녁 늦게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평소처럼 들어 온 남편......
남편의 얼굴을 쳐다보는 것조차 구역질이 났다.
남편이 옷을 갈아입는 사이 영자는 얼른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동네 길을 걸으며 골돌히 생각을 했다.
남편은 호텔에서 그 날씬한 아가씨와 도대체 무슨 짓을 했을까?
얼마나 가까운 사이면 남보란 듯 팔짱을 끼고 떳떳하게 호텔에 들어 갔을까?
뻔뻔스런 이중인격자, 더러운 철면피! 그동안 속은 것이 분해 자신도 모르게
걷다가 퉤!하고 침을 뱉었다.
밤늦게 집에 들어 온 영자는 남편과 마주치는 것이 죽기보다 싫었다.
그 날은 방을 따로 쓰면서 치미는 화 때문인지 잠을 이루지 못하고 밤을 꼬박 새웠다.
다음 날 아침 아침밥을 챙겨주지 않자 남편은 굶고 출근하였다.
남편이 출근한 후 일손은 잡히지 않고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조차 없었다.
그동안 속고 살았다고 생각하니 속이 뒤집어 지고 오장이 뒤틀렸다.
다른 때 같으면 집안 일로 바쁜 시간에 꼼짝 않고 누워 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언니, 어제 형부가 저녁 사줘 아주 잘 먹었어.
취직을 축하해 준다며 호텔에서 양식으로 먹었다우.....”
“뭐? 호텔식당?”
동생 말을 자세히 듣고 보니 어제 저녁 동창친구가 말하는 바로 그 호텔이었다.
동창친구는 친정동생을 남편과 바람피우는 날씬한 아가씨로 오해했던 것이다.
남편에 대한 오해가 풀리는 순간 긴장은 풀어지고 기분은 하늘을 날 것 같았다.
"그러면 그렇지, 그렇게 착실한 내 남편을 의심했다니,..."
영문도 모른 채 아침을 굶고 나간 남편에게 내내 미안한 생각이 가득 찼다.
퇴근하는 남편을 위해 맛있는 저녁을 준비하기 위해 장바구니를 들고 저녁 찬거리를
사러 나가는 영자의 발걸음은 다른 때보다 가볍고 콧노래가 저절로 나왔다.
시장을 가면서 곰곰이 생각했다.
"작은 오해가 큰 불행을 가져 올 수 있겠구나."
만약 남편에 대한 오해가 풀리지 않았다면 결국 우리 가정도 파탄 날 것이라고
생각하니 긴 한숨이 절로 나왔다.
- '부정적 생각 꺼버리기'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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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에 대한 믿음, 노동의 신성함, 부부간의 사랑 信.望.愛>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