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文 學 과 .詩

인생은 나그네 길

일장검 2016. 8. 6. 22:35

인생은 나그네 길사진 / Blue Gull / 영월 김삿갓 유적지

인생은 나그네 길


"해어름 저물녘에 허름한 걸망 하나

짊어지고
어디론가 부지런히 걸어가고 있는
당신은 누구신게요?"


"내가 나를 모르는데
그대가 날 알아서 뭣에 쓰려우?"

 
"그 냥반 까칠하시기는....
근데 어딜 그렇게 바삐 가슈?"

 

"나도 잘 모르겠수.
남들이 걸어가니 나도 안걸을 수 없어
뚫린 길로 무작정 걸어갈 밖에는...."


"어처구니 없구려...
목적지가 분명치 않다면
그렇게 바삐 가야할 까닭

또한 없지않소.


"거 모르는 소리 작작허슈.
요즘 세상엔 바쁜척 하지않으면
바보로 알고 등쳐먹기

십상인 세상이라우."

 

"거 뭐 등쳐먹을 것도 없어보이누만....
짊어진 걸망에는 뭐가 들었수?"

 

"옛날엔 다리가 휘청거릴 정도로
가득 들어있었는데

정신없이 걷는동안 슬금슬금 빠져나가
지금은 바람만 가득한 빈 걸망이라우."


 

빠져나간 게 뭐시당가요?

 

"궁금한거 많아서 배부르시 것수다....
뭐긴 뭐겠수?
최고가 되고야 말리라는 가열찬

젊은 날의 꿈!
별빛같은 사랑을 염원하던

빛바랜 추억....
뭐 그딴거지....."
 

 

"다 빠져나간 빈 걸망을 그럼
뭣허러 짊어지고 계슈?"

 

"거 바보같은 질문만 골라서

하시는구랴.
빈 걸망이니마 짊어지고 있지 않으면
인생나그네가 길을 걸어가는
맛이 나나 맛이....."


"그렇구려!
바보같아서 미안허우."


"알믄 됐수."

 
"그럼 살펴가슈~~"

 

"그 냥반 참 실없기는....
그나저나 댁도 참 안됐수.
나 처럼 바빠도 먹고살기 힘든 세상에
글케 할 일이 없어서야....."

 
"거듭 미안허우~"


사진 / Blue Gull / 영월 김삿갓 유적지